[Column of the week] 행동주의 헤지펀드 '희생양'된 CEO들

입력 2017-07-20 17:37   수정 2017-07-27 18:27

포드·GE·US스틸·AIG 등
시총 400억달러 넘는 13곳 올들어 CEO 모두 '물갈이'

포드 최고 실적 올렸던 필즈 주가 급락으로 투자자 압력
5월 이사회서 해임 당하기도

장기투자 이끌었던 CEO들 단기 성과주의 협박에 '퇴출'



[ 양준영 기자 ] 최고경영자(CEO)의 높은 임금은 그들을 안쓰럽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놀랄 만한 급여가 실적에 상응하지 않을 땐 더 그렇다. 우버 설립자 트래비스 칼라닉이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쫓겨난 반면 단기 투자자의 압력에 직면해 불안감을 느끼는 기업 이사회들은 최근 전례없이 많은 수의 덕망 있고 혁신적인 CEO들을 내보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가총액 400억달러 이상인 13개 기업이 올해 5개월 동안 CEO를 교체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여기에는 포드, 제너럴일렉트릭(GE), US스틸, CSX, AIG, 야후, 아르코닉 등이 포함됐다. 많은 사람들이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부추긴 단기적 사고(思考)의 희생양이 됐다. 그러는 동안 마이클 델(델컴퓨터), 존 맥키(홀푸드), 론 샤익(파네라브레드) 등 최고 성과를 낸 CEO들은 기업을 단기적인 금융시장에서 장기적인 투자쪽으로 이끌었다.

오늘날 CEO들은 과거처럼 악덕 자본가이거나, 컨트리클럽에서 인맥이나 쌓는 사람들이 아니다. 현대 CEO는 대체로 현명하고 부지런하며 직업에 헌신한다. 1년에 수십만 마일을 여행하고, 주당 80시간 근무는 보통이다. 많은 CEO들은 일에 몰두해 가족이나 친목을 위한 시간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필즈는 포드자동차에서 28년 동안 일했고, 2014년 CEO에 올랐다. 3년의 임기 동안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회사인 포드는 수익이 좋았다. 포드의 최근 성공은 새로 디자인한 F-150 트럭의 인기와 머스탱을 포함한 다른 주요 모델의 재출시 덕분이었다. F-150은 필즈가 재임할 때 베스트셀러 차량이 됐다. 2015년 이 회사는 113년 역사에서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필즈가 재임한 이래 포드 주가는 36% 하락했다. 그는 기술변화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선 이익의 일부를 장기 연구개발(R&D)에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밝혔다. 결국 이 회사의 창업자 가문이 통제하는 이사회는 주가를 다시 끌어올리라는 투자자 압력에 더 이상 저항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필즈는 지난 5월 해임됐다.

엘렌 컬만은 듀폰에서 6년간 재임하는 동안 주주들에게 총 266%의 수익을 가져다줬다. 2015년 초 그는 2.7% 지분을 가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도전을 물리쳤다. 그러나 그 전투에서 살아남았을 때 컬만은 오랫동안 버틸 수 없었다. 그해 후반, 듀폰은 브라질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강세와 중국의 농약 수요 감소로 인해 2개 분기 동안 고전해야 했다. 회사가 어려움을 극복하기 전에 이사회는 공황 상태에 빠졌고, 컬만을 떠나게 했다. 다우케미컬과의 합병 결정은 일자리를 희생시켰고, 주주 가치를 파괴했다.

허니웰의 데이브 코트는 올봄 전통적인 내부 승계로 은퇴했을 때 자랑스러운 유산을 남겼다. 코트 CEO는 10년간 재임하면서 뉴저지주 모리스플레인스에 본사를 둔 이 대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200% 가까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3% 상승했다. 그러나 다리우스 아담칙이 후임 CEO에 오른 지 2개월 만에 행동주의 투자자 댄 롭은 변화를 요구했다. 허니웰에서의 허니문은 여기까지였다.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단기 주가수익률을 추구하면서 위임장 대결이 늘고 있다. 1960년대만 해도 투자자들은 평균 8년 동안 주식을 보유했다. 현재 평균은 8개월이다. 언론의 비난과 위임장 대결을 벌이는 비용을 두려워해 이사회는 종종 1980년대의 레버리지 인수(LBO) 전문가들과 그랬던 것처럼 행동주의자들과 잘못된 합의를 하곤 한다.

이런 합의는 종종 기업 이사회에서 행동주의자들의 불균형적인 의결권으로 이어진다. 4% 보유 지분으로 이사회 의석의 3분의 1을 확보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리서치 및 컨설팅 회사인 FTI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00건의 행동주의 캠페인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이사회 합류 후 12개월 만에 CEO가 종전에 비해 세 배 더 많이 교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행동주의자들의 선동이 모두 뛰어난 성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포천지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들의 수익률은 이전 8년 중 3년만 S&P500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글로벌 헤지펀드 조사업체 프레퀸의 서베이에서 기관투자가 100%가 행동주의 헤지펀드 투자에 실망했다고 답했다.

미국 기업들을 괴롭히는 단기주의로 비난받아야 할 존재는 헤지펀드만이 아니다. 공적 연금기금과 대학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은 행동주의자들에게 활동자금을 지원했다. 비틀거리는 실적을 만회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목표 기업에 대해 심층적으로 연구할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수백 개의 펀드는 단기 주가에만 초점을 둔 대리 평가자 및 행동주의자들에게 자신의 판단을 위임한다.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이를 밀쳐내기 시작했다. 행동주의자들의 타깃이 된 기업들은 높은 경영진 교체율과 대규모 일자리 감소로 황폐화된 지역사회를 봐왔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 블랙록, 뱅가드와 같은 거대 펀드는 이런 추세가 장기적으로 투자자 이익에 반한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기업 이사회는 기개가 있어야 하지만 불행하게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것 없이는 더 많은 훌륭한 CEO들이 단기주의의 협박에 희생될 것이다.


정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제프리 소넨펠드 <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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